본문 바로가기
life

나의 오늘의 운세처럼,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by 레인아로마 2022. 11. 17.
반응형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11월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제발 호박 좀 가져가란다. 전에, 물어본 적이 있어 나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을 해주었는데, 재차 호박 이야기가 나왔다. 나에게도 별로 필요가 없다고 없어요! 그러고 보니 제발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생생하게 자꾸 들리는 것 같다. 꼭! 애원하는 듯한 어감이랄까? 난 또 약한 마음에 나에게는 필요 없는데, 제발이라는 흔들림에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1시간 후에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깐 둘러서 가지고 가겠다고 말이다. 시간이 다 되어 그 친구가 말한 농장에 가보니, 여기저기 공사의 흔적들이 있다. 아! 컨테이너 박스도 있었지만, 그것도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고. 농장 일대에 공사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 이런 사정이 있으니 나에게 호박을 가져가라고 보채었구나 싶었다.  봄에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도록 인고의 세월을 보낸  농작물이니 버리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그 친구는 내 차 뒤 트렁크에 큰 호박 3 덩이를 실어준다. 또한 땅콩도 한 박스 함께. 호박!  나 역시 호박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호박이 가져다준 행운과 행복이 나에게 가르쳐준 의미 

1. 이야기 하나 / 오늘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는데  정말!

우리 옆 사무실 계장님께서 티타임 시간이라고 커피를 마시러 오란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신문을 펼쳐 보시더니 오늘의 운세란을 보고 계신 모양이다. 저한테 언제 태어났냐고?  물어보더니 오늘의 운세가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날이라고. 아마도 좋은 일이 생기는 날이라고 씌어 있다고 하시며 미리 축하를 해준다고 너스레를 떨으셨다. 난 그럴 일도 없으니 김칫국부터 마시면 될 일도 안되는데............ 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울 아버지가 정말 나에게 땅문서를 하나 주시는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낮에 들었던 호박이 정말 넝쿨째 굴러들어 온 행운의 날이었다. 말이. 씨앗이 되었나!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를 듣기 이틀 전에 전북 진안 부군에 연수를 갔다가 근처 마이산을 오르게 되었는데 길을 착각하여  헤매다가  두꺼비를 보았다. 같이 간  일행과 함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하면서 동화책 속에 나오는 장면을 연출한 적도 있었는데,  미리 두껍이 와의 만남은 전초전인가아무튼 난 그날 내 인생에서 큰 행운의 선물을  우리 아버지가 안겨주었다. 호박 덩어리가  큰 보물로 변한 것처럼.  

2. 이야기 둘/ 호박이 무서워 한동안 호박 반찬을 먹지 못했어. 

 바야흐로 25년 전 학교 행정실 주임으로 근무할 때다.  학교 사택 옆에는 제법 큰 땅이 있었다. 난. 그 땅에다 밀과 호박을 심어보고자 하였다. 학교일을 보아주시는 아저씨가 3분이나 계시니 든든하기도 하였고  그 넓은 땅을 가만히 놀리기에는 아까워서 말이다.  밀씨 앗은 구하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호박을 많이 심었다. 그런데, 그 해 이상기온 탓인지 호박이 수정될 때 이상이 생긴 것인지 호박 속에는 벌레가 함께 성장한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쩌다 그런 호박이 아니라 그 일대, 그 동네  전체 호박이 바이러스가 퍼진 것처럼 다 그랬다. 이웃집 호박들도 전부다. 단백질이 풍부한 호박이라고 오히려 그   일대 호박을 구입하시는 분이 계셨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장애인 특수학교라 보호자로 따라오신 어머님께서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 날굿이를 한다며 그 호박을 따 가지고 오시는 김에 저에게 줄 호박을 하나 더 따서 내 차에 실어두신 거였다난 그것도 모르고 며칠을 다녔으니.. 어느 날부터 이상하게 차에서 영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거였다.. 이상하다 싶어  내 차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난 "엄마야" 하고 소리를 지루는 일이 생겼다! 아이쿠야 벌레 있는 호박이 의자 밑에서 썩은 것이다. 결국은  나는 울 엄마에게 청소를 부탁하여 난리법석을 떤 후에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 이후 호박을 보면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긴 세월 동안 호박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고 살았다.

3.  비워야 채워진다는  마음처럼!    

 잊고 지내던 호박을 부탁하니 이제는 어느 정도 호박과 친숙해졌다. 세월이 약이다.   호박은 많은 영양분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 시골에서는 호박범벅으로 한 끼를 먹기도 하였고 , 호박떡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또 호박 부침,, 호박국, 호박 조청,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이다난 오늘 이 호박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즙을 내어 우선 울 엄마에게  보약으로 드리고 , 나머지는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눔을 하고자 한다. 아마도 호박처럼 둥글둥글한 마음을 같이 나누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제는 나 역시 많은 것을 마음에서 비워보려고 한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이야기처럼 , 그러고 보니 나에게 호박 좀 제발 가져가라고 한 농장 주인장에게도 즙을 건네야겠다. 다른 것도 넣어  다섯 박스가 나왔으니,  곰곰이 생각하여  꼭 필요한 분께  이 겨울 건강하시라고 보약 선물로 다가가야겠다.   

댓글

  • 현재글나의 오늘의 운세처럼,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최신글

이미지
제목
글쓴이
등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