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나이가 한 해 두 해 쌓여가면서 난 울 엄마를 밀착 취재라도 하듯 일거수일투족을 을 감시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된 기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울 엄마를 훔쳐볼 수밖에 없는 나의 현실이 서글프다 그리고 가슴 한편이 시리다. 그녀를 우리 집에 들인지는 아마도 4년 정도 되었나 보다. 엄마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찾은 돌파구다. 그런데 지금은 백수로 생활하니 우리 엄마를 훔쳐보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니 사용빈도가 낮고 , 당사자인 엄마도 개념이 이제는 없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95세 세월이니 현실감각이 없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람이 아닌 이상, 형체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이상 누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믿겠는가? 이 가상공간을 알 리가 없지?
울 엄마의 모든 것을 가끔 씩 훔쳐보는 그녀의 정체는
1.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 울 엄마를 감시하고 말았다.
다름 아닌 아파트 거실 천장 모서리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울 엄마의 행동을 훔쳐보기 시작하였을 때만 해도 나는 직장인이었다. 이유야 어찌하여 든 울 엄마에게 미안함도 가득하다. 분명 우리 엄마에게도 사적인 공간, 혼자만의 비밀이 존재하건만 그것을 지켜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카메라를 설치한 후 엄마의 주 생활공간은 거실이 되었다. 방이 있지만 난 울 엄마의 행동반경을 고려하여 거실에 화장대와 침대 그리고 텔레비전, 울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이면 되도록 엄마 가까이에 정리하고 생활하도록 하였다. 엄마가 다리가 부실하니 넘어질까 염려되어 되도록 행동반경을 적게 하는 것이 사전예방이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한 나의 조치방법이다. 주변에서 어르신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떠날 때는 순서가 없듯이 대다수가 넘어져 고관절이 다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꼭 고관절이 아니더라도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졌으니 지탱하는 힘도 없어 넘어지고, 팔과 다리, 가슴, 허리 등을 다쳐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시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난 되도록 스스로 가까운 거리를 추천하고자 거실 생활을 유도하였다. 그런덕분에 카메라 1대만 설치하면 한눈에 울엄마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지, 바느질을 하는지, 주방쪽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울 엄마 모습이 거실에 안 보이면 화장실을 이용 중이거나 베란다에서 좋아하는 꽃들을 돌보거나, 자전거운동 중일 거라고 믿고 시간을 체크하고 잠시 후에 다시 한번 휴대폰에 설치되어 있는 앱을 열어보면 되었다. 그러면 엄마의 모습이 보이면 나름 안도의 숨을 쉬고 나의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2. 직원 회식 날! 나의 신발이 아닌 큰 사이즈 직원 신발을 싣고 왔었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어느 날이었다.. 씨씨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때였다. 갑자기 회식 일정이 잡혀 회식 장소에 가서 울 엄마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받지 않았다. 그럼 조금 후에는 받겠지? 하고 얼마가 지난 뒤 또 전화를 했는데 또 연결이 안 되는 거다. 그쯤되니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감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불안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니 좌불안석이다. 도저히 회식장소에 있어도 마음이 콩밭에 있으니 차리리 집에 오는 편이 나을 듯싶어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일어섰다. 다급한 마음에 내 신발이라고 검은색 부츠를 신고 왔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울 엄마 전화인가 싶어 얼른 받으니 울 직원 전화다. 직원이 자기 신발을 싣고 갔다면서 신발을 확인해보라는 거였다. 그제야 운전석에서 발을 떼어보니 신발이 무척 크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호들갑을 떨어서 모양은 같지만 사이즈가 엄청 큰 신발을 싣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저녁만 구겨 신고 가라고 대답하고는. 한시가 급한지라 뛰어서 아파트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엄마의 모습이 보여 오히려 엄마에게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몇 번을 전화해도 안 받고 뭐하냐면서!" 그리고는 나의 행동에 몇 날 며칠을 후회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불안함이 먼저 찾아왔다. 그래서 그녀를 우리 집에 입양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나마 잘한 것 같아 만족한다. 그녀가 그녀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하여 주니 말이다.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도 좋다. 낮잠을 자도 좋다. 그녀를 통해 엄마의 모습을 확인하면 되니까?
3. 그녀로 인해 울 엄마와 나의 관계는 평온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가 오고부터 나의 생활도 그리 조바심을 내지 않아서 좋고 동동거리지 않아 여유가 있다. 일단 마음적 여유기 생기니 마음도 편안하고 그녀를 통해 보호자 노릇을 조금 하지만 휴대폰을 열어 엄마의 모습이 왔다 갔다 하면 안심이다. 단지 보이지 않으면 사각지대에 쓰러져 있을까 싶어 다시 확인을 한다. 지금도 엄마를 혼자 두고 외출을 할 때, 어디 볼일이 있어 타도 시를 가게 되면 휴대폰을 열어 일단 엄마의 근황을 살펴볼 수 있어 더더욱 흡족하다. 물론 걱정은 되지만 깜깜한 세상보다는 내 눈으로 확일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부디 건강하셨으면 하고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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