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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재활 기간 엉거 주춤한 나의 모습은 '장애인' 의 삶 자체였다.(3부)

by 레인아로마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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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로 1달간의 병원신세를 지고 퇴원 후 나의 재활은 시작되었다. 엄마와 이모가 그동안 고생하였다며 눈물로 맞아 주었고 다리를 움직이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잘 먹는 것도 재활의 시작이며 매우 중요하단다. 그런 의미로 녹용을 정성스럽게 달여 보약을 해 놓았고, 지인은 뼈가 붙는데 으뜸이라는 홍화씨 기름을 건네주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편하게 놀고 잘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일들이다. 마음이 가벼우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휴양지에 온 것 같아 며칠은 자고 , 먹고 , 제일 좋은 것은 화장실을 나 혼자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 , 그것이 최고였다.

영월군 주천면 "섶다리"

지금은 추억처럼 [하하 호호]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야기 1. 네발 달린 지팡이를 양쪽에 짚고 걸어가는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계단만 내리면 주차장이며 자동차를 몰고 10분이면 바로 직장 건물 앞이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면 바로 직장 건물 현관이 나온다. 나의 책상 자리는 2층이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몇 걸음만 걸으면 사무실 문이다. 생각보다 아주 편하게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어 고생이라고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내가 업무를 보기 시작한때는 초겨울이니 외부행사는 거의 진행이 멈추었고 몇 개만 남은 터라 그리 문제 될 것은 크게 없어 나름 쉽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직원과 어느 날 사무실 앞 문구점으로 사무용품들을 구입하러 갔다. 문구점 여사장님과는 30년이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내 모습을 보니 배를 있는 되로 쑥 내밀고 있는 모습이 꼭 임신한 모양새라 나에게는 직접 물어보기가 겸연 쩍었는지 울 직원에게 물어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사무국장! 혹시 임신했어 ' 그 소리를 처음에 듣고는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내가 내 모습을 보아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 당분간 나는 장애인의 삶을 살아보게 되었다.

이야기 2. 고속버스 10대 넘게 멈춘 나의 파워는? "임신한 여성 장애인! "

12월 중순경 재활 중에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아는 지인과 서울고속버스를 타고 서울행을 나섰다. 볼일을 마치고는 다시 내려오기 위해 강남고속버스 터미널로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잡아 탔다. 그리고는 택시기사님께 다리가 불편하여 최대한 영동선 근처에 내려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아마도 택시기사님께서는 계단을 이용하지 않은 쪽으로 배려해 내려주신 것 같다. 동행한 지인은 나를 생각해서 먼저 매표소로 달려갔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다리를 붙여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건너편으로 가로 질러 가야만 했는데 다리를 절룩거리고 배는 앞쪽으로 내밀고 가는 모습이 고속버스 기사님 눈에는 임신한 여성 장애인이라고 여기신 모양이다. 차를 멈추고 나에게 손짓을 하신다. 나는 그 기사님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는 뒤 돌아 버스를 세워 보았더니 아마도 나를 위해 멈추었던 버스는 한대, 두대, 세대.......... 족히 10대는 줄지어 섰던 것 같다. 직접 그 경험을 해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훈훈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제야 추억처럼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따뜻한 정과 즐거움이 묻어난다.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다

이야기 3. 나의 예쁜 구두를 언제 신어볼 수 있을까?

다리를 다치고 제일 아쉬운 점은 예쁜 구두를 못 신어보고 모셔두거나 버려야 하는 일이었다. 한동안 아니 앞으로 고관절이 나가면 안 되는 일이라 단화밖에는 신을 수가 없는 형편이 되어 서글프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은 예쁜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이었는데....... 나는 낙마사고가 나기 전에 수제화로 7켤레쯤은 각양 각색의 디자인과 색깔의 맞춤 수제화를 주문하였고 그리고 입원한 동안 도착했는데 열어보지도 못하고 쌓아 두었으니..... 언제쯤 그  폼나는 신발들을 신고 다니게 될지 아직 기약이 없어 즐겁지 않다. 그 신발을 신어보기 위해서는 새털처럼 가벼운 내 몸무게가 되어야 하기에 지금으로서는 피나는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아주 특별한 날만 신어보는 예쁜 구두를 맘 놓고 평상시에 신을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희망해 본다.
이어지는 4부에서 만나요! 그때 까지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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