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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설레임 가득한 "처음책방"

by 레인아로마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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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은 후 ,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외출을 시도했다.   행선지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보고 싶은 곳    충북 제천하면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도심에서 가까운  의림지 방향으로  드라이브 코스를 잡았다. 나의 두 다리가 되어줄   차를  타기 위해  작업실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나비 한 마리가 마가렛 꽃에 앉아서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꿀을 흡수한다.  10여분쯤 달렸을까~   삼한시대 축조되었다는  의림지 저수지를 따라 솔향기 가득한 숲 속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하며 등이 굽어진 소나무를  감상했다.  저마다 굽어진 소나무들을 바라보니, 마치  힘들게  살아온  우리의  삶의  무게만큼  구구절절한 인생사가  들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고고하고 우아한 멋스러움 보다는  어렵게 , 힘들게 , 역경을 딛고 억척같이 살아왔을  그 많은 세월! 소나무가 굽어진 각도만큼이나  희로애락이 얽힌  활동사진들이  지나간다.  솔내음이 코끝을 타고 머릿속으로 들어온 덕분인지  머리속이  맑아지고  깨끗해졌다.   아~~   어디에서 이처럼   맛있는 청량한 공기를 배부르게 마음껏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돌아오는 길은 가던 길과 반대방향으로 우회했다. 세명대학교 후문 가까이에  벽돌 골목길이 나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가끔 지나는 길인데  그동안 왜 보지 못했을까?  담장에  처음 책방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우회전을 하여 산길인 듯 오르막 길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올라가 보았는데.... 그곳에는 바로  작은 1층 건물이 있었다.   

처음책방 전경

 건물 한편에는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쉼터도 있었고. 하늘색의 컨테이너 박스도 자리 잡고 있었다.   콘테이너 박스는  많은 도서를 정리할 곳이 없어 임시로 사용하는  서고형 창고로  놓아둔  공간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많은 책들이 나를 반겨준다.  마치  영화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공존을 초월한 느낌!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한참이나 들어가는 듯  신비함도 묻어나고,  춘향이도  만나고 , 시인 김소월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슴 벅찬 설렘 ,  환희 그 자체의 감동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러 든다 는  법정스님의   법문을 듣는 마음도  
다가오는 듯하였다. 

  아는 지인이  박물관에 있어야 할 만큼의  장서와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품격 있는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혹시  책방 주인장이 바로 그 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 역시 내가 12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연을 맺어온  저작권 전문가인  김기태 교수님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세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며 , 지역사회 인문학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하신다.  교수님은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 및 기획자로 근무하던 30년 전부터 초판본과 창간호에 대한 관심으로  7만여 종의 전문서적을  수집해 왔다고 하였다. 개인소장가 로서는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정성이 넘치는 버라이어티 한 일이며 , 열정이었다.  처음이 주는  설렘은   대부분  처음, 첫 번째, 신비감 , 기대감, 역사성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기에  《처음 책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복각본 전문 출판사의 이름으로  소서헌이란 명판도 보였다.  나 또한  처음이라는 어감은  희망적인 속삭임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처음은  특별하고 감개무량한 단어다.  그 어디에서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보물자료들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신문, 잡지, 소설, 인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총망라되어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  주간, 월간, 년 간지 등 빼곡히 들어서 있는  서고는  비 좁을 만큼  공간 확보가  필요한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보물을 보물 인지도 모르고  홀대하는  우리의 관점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했다.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에  우리의 역량이 부족함을 실감했다. 박물관을 만들어 우리 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보태어진다면 또 하나의 멋진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응원해본다. 그런 안타까움을 간직한 체  또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 그날이 온다면  좀 더 많은 책을 마주하여 이야기를 나눠보리라 , 읽어보리라 ~  김 교수님의  문학에 대한 거대한 사랑 앞에 가슴이 훈훈해지고,  고개가 절로 떨구어졌다.  벽면 한쪽에는  독서회원도 모집한다는  알림이 있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만큼, 신간 서적도  흥미롭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도 살펴보시라.   철자법이 틀려도 정감이 있고 ,  있는 그대로가 좋아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이  여기 가득하다. 현대화에 묻혀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배려와 , 지혜, 그리고 상생하는  새로운 소통방법들을 배우리라. 《처음 책방》의  많은 책들을  눈과 마음에  담은 이유일까?    2시간 만에  똑똑한  돼지가 된 느낌이랄까?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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